8.슬루프 (한개의 마스트)
형함이 접근하기 어려운 얕은 해안가나 강에서도 운항이 가능했습니다.
범선 시대가 끝나면서 군함으로서의 슬루프는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슬루프'라는 명칭은 오늘날에도 요트와 같은 작은 선박 유형을 지칭하는 데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현재의 슬루프는 대부분 레저용으로 이용되며, 돛대 하나에 세로돛과 앞돛(헤드 세일)을 단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9.커터 (슬루프와 비슷하나 돛대가 사다리꼴)
18세기와 19세기에 걸쳐 주로 영국 해군과 세관에서 사용했던 소형, 고속의 범선입니다.
'자르다(cut)'는 뜻에서 유래한 이름처럼, 빠른 속도로 다른 선박을 추격하고 가로막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였습니다.
슬루프와 마찬가지로 돛대가 하나(마스트)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슬루프가 주로 앞쪽에 돛 하나만 다는 반면, 커터는 두 개 이상의 앞돛(headsail, 지브와 스테이세일)을 달고, 돛대에는 세로돛(gaff mainsail)을 답니다.
이러한 복합적인 돛 배치는 다양한 바람 상황에 맞춰 돛을 조절할 수 있게 해주어 높은 기동성을 확보했습니다.
커터는 매우 길게 뻗은 선수루(바우스프릿)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긴 바우스프릿 덕분에 여러 개의 앞돛을 효과적으로 달 수 있었고, 이는 배의 조종성과 속도를 극대화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선체가 길이에 비해 폭이 좁고 깊어 날렵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빠른 속도를 내는 데 유리했으며, 거친 바다에서도 안정적인 항해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10.브리간틴 (두대가 2개, 뒷돛대는 세로돛)
범선 시대에 사용된 두 개의 돛대를 가진 범선입니다.
'브리그(Brig)'와 '스키너(Schooner)'의 특성을 혼합한 형태로, 독특한 돛 배치 덕분에 뛰어난 속도와 기동성을 자랑하며 특히 상업 및 군사 보조 임무에 적합했습니다.
브리간틴은 앞돛대(foremast)와 뒤돛대(mainmast) 두 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 앞돛대: 모든 돛에 가로돛(횡범)을 답니다.
이는 '브리그' 범선과 동일한 특징입니다.
가로돛은 순풍을 받을 때 매우 빠르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뒤돛대: 돛대에 세로돛(종범)을 답니다.
이는 '스키너' 범선과 유사한 특징입니다.
세로돛은 역풍을 거슬러 항해할 때 유리하여 기동성을 높여줍니다.
브리간틴은 가로돛의 속도와 세로돛의 기동성을 모두 갖춘 매우 효율적인 선박이었습니다.
크기가 작고 다루기 쉬워 소수의 선원으로도 운용이 가능했습니다.
11.캐치 (돛대가 두개이고 둘다 새로돛, 뒷돛대가 작다)
브리간틴과 비슷한 선형입니다.
캐치는 앞돛대(mainmast)와 뒤돛대(mizzenmast) 두 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캐치의 가장 큰 특징은 뒤돛대(mizzenmast)의 위치입니다.
뒤돛대가 배의 방향타(rudder post)보다 앞쪽에 위치합니다.
앞돛대는 주로 배에서 가장 큰 돛을 달며, 대부분 세로돛(종범)을 사용합니다.
뒤돛대는 앞돛대보다 훨씬 작은 돛을 달며, 이 돛을 '미즌 세일(mizzen sail)'이라고 부릅니다.
두 개의 돛을 통해 바람의 압력을 분산시킬 수 있어 배의 균형을 잡기 쉽습니다.
또한, 주돛을 내린 상태에서도 뒤돛만으로 항해할 수 있어 폭풍우나 거친 바람 속에서도 안정적인 조종이 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적은 수의 선원으로도 운항하기가 쉬웠습니다.
12.바크 (돛대가 세개 이상, 뒷돛대는 세로돛)
클리퍼선과 함께 범선의 시대 마지막까지 활동했던 대형 범선입니다.
최소 3개의 돛대와 세로 돛대도 추가된 형식으로
클리퍼선이 선폭을 줄여 속도에 올인했다면, 바크선은 선폭이 넓어 속도는 클리퍼에 비해 느렸지만 화물 탑재량을 휠씬 많았습니다.
대형 화물을 싣고 여러 대양 환경에서도 운용할 수 있는 범선이였습니다.
윈드재머 시대에 클리퍼선과 함께 시대를 지배했던 함선입니다.
선원의 수가 줄어 가성비가 좋은 대형 범선이였습니다.
13.클리퍼 (다수의 돛이 달린 쾌속 범선)
클리퍼선(Clipper Ship)은 19세기 중반에 등장하여 해양 무역의 황금기를 장식했던 범선입니다.
'클리퍼'라는 이름은 '자르다(cut)'에서 유래한 것으로, 파도를 가르며 빠르게 나아가는 모습에서 붙여졌습니다.
이 배는 무엇보다도 속도를 최우선으로 설계된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클리퍼선은 기존의 화물선보다 훨씬 길고 좁으며, 날카로운 선수(bow)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물의 저항을 최소화하여 빠른 속도를 낼 수 있게 해주는 유선형 디자인입니다.
여러 개의 돛대(보통 3~4개)에 엄청난 수의 돛을 달아 바람의 힘을 최대한 활용했습니다.
돛대의 높이도 매우 높았고, 돛의 면적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돛(가로돛, 세로돛 등)을 복합적으로 사용했습니다.
클리퍼선은 매우 빠른 속도를 자랑했지만, 그만큼 운항 난이도가 높아 숙련된 선원들이 필요했습니다.
돛을 조절하고 거친 파도를 헤쳐나가기 위해 많은 인력과 뛰어난 항해 기술이 요구되었습니다.
19세기 영국과 중국 간의 차 무역에서 클리퍼선이 활약했습니다.
그해 새로 수확한 차를 가장 먼저 영국으로 운반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 즉 '티 레이스(Tea Race)'가 벌어졌는데, 클리퍼선들은 이 경쟁의 주인공이었습니다.
1849년 캘리포니아 골드러시와 1851년 호주 골드러시 당시, 클리퍼선들은 많은 이민자와 함께 금을 운송하며 막대한 이익을 창출했습니다.
클리퍼선은 범선 기술의 정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전성기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19세기 중반 이후 증기선이 상용화되면서 클리퍼선은 점차 경쟁력을 잃게 됩니다.
증기선은 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아 더 안정적으로 항해할 수 있었고, 클리퍼선보다 더 많은 화물을 운송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클리퍼선은 실용적인 면에서는 증기선에 밀렸지만, 그 아름다운 외형과 스피드 덕분에 '바다의 경주마'라 불리며 범선 시대의 낭만을 상징하는 존재로 남아있습니다.
특히, 현재까지 보존되어 있는 '커티 사크(Cutty Sark)'호는 클리퍼선의 위대한 유산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